인문학/종교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비교

휴먼스테인 2016. 10. 22. 06:10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의 비교

 

고대 지중해에서 발달된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 사상은 서양문화의 2대 원류다.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는 인간과 자연, 즉 인간의 자연적 본능이 담론의 주를 이룬다.

반면 유대 및 기독교의 헤브라이즘은 인간사회의 윤리가 중심이 된다.

이 같은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양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첫째로 이성이 아닌 감정을 중시했다는 점이다.

헬레니즘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희로애락,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 그것이다.

헬레니즘적 인간의 생물적ᆞ원초적 인간본능에는 원래 선악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예수의 끝없는 사랑과 용서 앞에서도 의인과 죄인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유혹에 빠지지 못하게 막는 것, 유혹에 빠진 사람에게는 용서가 있을 뿐 죄인에 대한 응징은 무의미하다.

인간은 모두 똑 같은 가능성 앞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화 같이 본능적 사랑과 사회적 사랑이 중심이 되는 서방적 사고는 동양의 봉건적 유교문화와는 다르다.

유교의 천륜은 인간관계를 의무-봉사의 사회적 시각에서 파악하고, 윤리 도덕의 기준은 옳은 것과 옳지 못한 것, 즉 선악의 구분을 전제로 한다.

인간 상호간 관계설정과 그에 따른 유교의 정의도 이성에 바탕을 둔 것이므로 서양의 전통과는 다르다.

둘째로 카타르시스의 효과다.

그리스 문화 및 예술은 인간의 육체는 물론 감정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다.

비극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을 극단으로 드러낸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관계하여 아들 둘, 딸 둘을 낳았고, 티에스테스는 형 아트레우스에게 복수할 아들을 얻기 위해 신탁에 따라 고의로 자신의 딸과 관계를 가진다.

메데이아는 자신을 배반한 남편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들 사이에서 난 아들 둘을 살해하여 남편 앞에 전시한다.

이 같은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은 인간의 마음속에 잠재한 원초적 본능을 대신 실천하는 속죄양이다.

그런 점은 기독교의 성경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성스러운 경전 안에는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온갖 흉악한 범죄가 나온다.

카인은 동생 아벨을 시기하여 살해하였다.

다윗은 친구인 우리아를 전쟁터에 내보내 죽도록 만들고 그 아내를 취한다.

가엾은 예수는 큰 죄도 없이 십자가에 못박혀 처형되었다.

이들은 우리들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시기와 심술을 풀어서 우리를 순화하는 속죄양이다.

이들의 대리희생을 통하여 우리는 위안을 얻고 만족하여 마음의 편안을 얻는다.

셋째로 그리스 문화의 헬레니즘과 유대교 및 기독교의 헤브라이즘에서 다같이 모든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도둑질과 살인, 그리고, 거짓말ᆞ증오나 질투 등이 아니라 바로 신에 대한 도전이다.

가장 큰 죄는 분수를 모르고 신과 같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구약성서 서두에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나온다.

하나님은 둘을 낙원에 살게 하고 선악과를 따먹지 말도록 명하였다.

그런데 뱀이 이브에게 와서 선악과를 따먹도록 이들을 유혹하였다.

 

너희들이 선악과를 따먹으면 하느님과 같이 눈이 밝아져서 선악을 판단할 수 있다.

하느님은 너희들이 자신과 같이 되는 것을 시기하여 선악과를 따먹지 못하게 한 것인데, 그 말을 듣고 따먹자 않느냐!

 

 

이 말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먹고 에덴에서 추방된 인간의 원죄는 감히 신과 같아지려고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이 자신의 분수를 알지 못하고, 제 능력을 과대평가한 셈이다.

사랑과 애착이 없는 인간은 죽은 목숨이다.

살아 있는 인간은 그런 것들 때문에 주관적인 판단밖에 할 수 없다.

그런 인간이 감히 전지전능하고 객관적인 신을 모방하려 했던 것이다.

인간의 신에 대한 도전화 그에 대한 징벌은 헬레니즘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질투와 증오 및 살인 등은 인간사회에 다반사이지만 신에게 벌을 받지는 않는다.

한 예로 메데이아는 배신한 남편 이아손에 대한 증오로 두 자식을 죽였으나 신에 의해 벌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러나 에피알테스와 오토스 쌍퉁이 형제는 신에게 도전하려 했다가 천벌을 받아 죽었다.

에피알테스와 오토스 쌍둥이 형제는 불사의 운명을 타고났으며 올림포스의 신들도 이들을 죽일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안 두 형제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들은 지상에 있는 산이란 산은 모조리 쌓아서 신들이 기거하는 저 올림포스 산 위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신들은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때 쌍둥이 신 아르테미스와 아폴론이 꾀를 내어 두 형제가 있는 크레타 섬으로 내려왔다.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눈부신 흰 사슴이 되어 두 형제 사이에 나타났고 이를 본 두 형제는 서로 흰 사슴을 취하기 위해 창을 던졌다.

그 순간 아르테미스는 몸을 피하였고, 두 형제가 던진 창은 마주보고 날아 서로의 가슴을 찔러 둘 다 죽고 말았다.

무도 죽일 수 없는 형제였지만 서로를 죽일 수는 있었던 것이다.

그리스 문화는 인간과 자연, 기독교는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양자는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둘을 결합함으로써 자연과 사회에서 다같이 우리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

그 처방전은 합리의 이성보다는 자연의 본능과 인간에 대한 사랑과 용서의 비합리적인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최자영지음, 그리스문화와기독교,p157~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