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남녀 사이의 부등가 교환 체계가 허물어졌다
휴먼스테인
2015. 10. 21. 09:18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는 ‘데이트 비용’을 남자에게만 물리는 여자들의 얌체짓이 문제되면서
‘김치녀’라는 여성 혐오 공식이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서구 남성들도 데이트 비용을 부담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까닭은 남녀가 만나기 위한 최소 조건이
서로가 소유하고 있는 가치가 대등하지 아니한 것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부등가 교환이 그것으로,
남자는 여자에게 경제적 능력을 과시하고
대신 여자는 남자에게 심리적·육체적 만족감을 제공한다.
일시적인 연애와 섹스만이 아니라 남자와 여자 사이에 교환할 게 있어야
그것의 안정적인 결과인 결혼과 가족제도도 가능하다.
남자는 꾸준히 직업을 가지고 여자에게 물질적 안정을 베풀고,
그 대가로 여자는 남자에게 심리적·육체적 위안은 물론 그에게 자식까지 안겨준다.
그런데 자본주의가 여성을 대거 노동시장으로 불러들여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경제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남녀 사이의 부등가 교환 체계가 허물어졌다.
남자의 성적 욕망은 여전하건만, 여자는 성적 교환을 해야 할 절실한 필요를 잃어버렸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여성이 자신의 경제적 우위를 이용하여
남자에게 성적 교환을 제시하는 일도 벌어진다.
장정일의 ‘미셀 우엘벡’의 소설을 설명하면서
시사인 416호 2015.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