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음식은 극히 사회적인 요소이다

휴먼스테인 2015. 4. 27. 15:31

   미각

미각은 사회적인 감각이다.

사람들은 혼자 식사하는 것을 꺼리며,

그런 점에서 음식은 극히 사회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사실 빵과 포도주를 나누는 성찬식(commune)’,

함께 빵을 나눠 먹는 동료(companion)’,

한솥밥을 먹는 이들이 모인 회사(company)’,

이 모두가 ‘com’이라는 하나의 어원에서 파생되었다.

사회적 교류는 대개 먹는 자리에서 이루어진다.

어느 집단이든 승인이나 축하에는 반드시 음식상이 함께 한다.

또 거대한 식탁 자체가 통합을 상징하는 경우도 있다.

중국 청나라의 전성기를 구가한 강희제 시대의 만한전석이 그 한 예다.

사람의 구강에는 1만 개 이상의 미뢰(味蕾, taste bud)가 있고,

각각의 미뢰 안에 50여 개의 미각 세포가 있어 바쁘게 뉴런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혀의 끝에서는 단맛,

혀 뒤쪽에서는 쓴맛,

혀 옆쪽에서는 신맛을 느끼고,

짠맛은 혀 전체를 통해 느낀다.

즉 혀는 느끼는 맛에 따라 몇 개의 지방 정부로 분할된 미각의 왕국이다.

이중에서 가장 예민한 건 쓴맛이다.

쓴맛의 미뢰는 혀 뒤쪽에 마지막 방어선처럼 존재하면서,

쓴맛의 위험 물질들이 입안에 들어오면 구역질을 일으킨다.

쉽사리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일단 제지하는 것이다.

미뢰는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닳아서 곧 새것으로 대체된다.

하지만 대개 45세가 지나면 이 대체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같은 미감을 느끼려면 더 진한 맛을 찾게 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맛이란 미각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맛에는 순수한 미각 이외에도 보기 좋은 음식을 구분해내는 시각적 부분,

부드럽게 씹히며 넘어간다는 등의 촉각적 부분도 섞여 있다.

아날로그시대에는 각각의 감각들이 분절되어 있었다면,

지금 디지털 시대에는 분절되었던 감각들이 끊임없이 재통합되고 있다.

바야흐로 공감각의 시대다. 맛과 미각의 스토리가

미디어를 휘젓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정진홍지음,인문의 숲에서 경영을 만나다,p99~100,21세기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