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의 핵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
지난 12월10일 김대중 도서관에서 열린 평화학술회의에서 베이징 대학의 한화 교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능력 등을 볼 때 북한 핵의 첫 희생자는 중국이 될 것이라고 중국은 생각한다”
라는 미묘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미국이 과연 북한 비핵화에 나설 동기가 있느냐에 대한 의구심의 표현으로 들렸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북한과 미국 관계는 서로 견제하며 의존하는 관계’라고 정의했다.
“지난 20년 미국의 동북아 정책은 북한 핵에 대한 반응의 역사에 불과하며, 북한 핵은 동북아에서 미국이 가진 가장 큰 전략적 자산”이라는 것이다.
오늘날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 그리고 아시아 재균형 전략에 따른 해군력 재배치 역시 북한 핵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미국은 북한 핵을 근거로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통제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한다.
결국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핵이 없는 북한이 아니라 핵이 있는 북한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한다는 것은 레토릭에 불과할 뿐 사실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들이
지난 20년간 미국의 행태를 지켜봐온 많은 이들 사이에서 최근 나오는 것이다.
미국이 이처럼 복잡한 동북아 전략을 유지하며 당면한 북한 핵을 관리하기 위해 채택한 모델이 바로 1994년의 북·미 제네바 합의다.
당시 제네바 합의는 이중구조로 되어 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기존 핵무기(과거 핵)는 건드리지 않은 채 현재와 미래의 핵능력을 증강하지 못하도록 동결시켰다.
당시 김영삼 정부에서 협상에 관여했던 당국자들은 미국이 북한의 과거 핵을 용인하고 넘어가려는 것에 대해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현재와 미래 핵을 동결함으로써 관리는 하되 과거 핵의 불씨를 살려둠으로써,
미국의 기존 동북아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절충식 해법이었던 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만 동결에 확산 방지가 추가될 뿐이다.
시사인 381호 2015.01.01 남문희 대기자의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