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연

식물의 힘

휴먼스테인 2014. 12. 13. 11:19

식물의 힘

우리는 식물에 의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 식물들은 고도로 진화한 생명체들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다수 동물이 식물을 먹는다.

식물이 대단한 영양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신경계에 매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봉에서는 코끼들과 원숭이들이 <이보가>라는 관목을 먹는데,

이 관목의 뿌리에는 신경계를 자극해서 환각을 일으키는 성분이 들어 있다.

아프리카의 개코원숭이들은 <마룰라>라는 나무의 발효된 열매를 삼키는데,

때로는 그것을 너무 많이 먹은 나머지 술에 만취한 것처럼 비틀거리거나 쓰러지기도 한다.

캐나다의 순록들은 붉은 버섯을 먹는다.

자작나무 껍질에 기생하는 이 버섯은 순록에게 현기증과 경련이 일어나게 한다.

미국 남부에서는 양들과 말들이 자운영속에 딸린 풀을 먹는다.

러고는 몇 시간이 지나도록 과도하게 흥분하여 펄쩍펄쩍 뛰거나 온갖 장애물을 뛰어넘으려고 한다.

유럽에서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은 고양이들이 네페타 카타리아, 즉 개박하라 불리는 풀을 씹는다.

이 풀은 환각제와 비슷한 효과를 일으킨다.

그래서 고양이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쥐를 잡으러 내달리는 시늉을 하기도 한다.

인간 역시 식물에 중독된다.

<정신적인 위안을 주는 식물들>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담뱃잎이나 커피콩이나 찻잎이나 카카오나무 열매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고,

포도 같은 과일이나 홉이나 쌀을 발효시킨 액체에 중독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나온 단 것은 우리에게 즉각적인 심리적 위안을 준다.

그런 위안을 전혀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어떤 식물들은 인간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여 심리적인 노예로 만들기도 한다.

대마의 잎이나 코카의 잎, 아편의 원료가 되는 양귀비 열매의 진, LSD의 원료가 되는 맥각 따위가

그런 무서운 위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신경계가 없는 식물들일 뿐이다.

따라서 우리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기관들을 가진 동물들에 대해서 어떤 의도도 가지고 있지 않다.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3인류4,p205~206,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