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보호탑해파리[전환 분화]
작은보호탑해파리
장년에 도달하면 노화가 시작되기 전에 다시 젊어질 수 있는 존재.
자연에는 그런 존재가 있다.
작은보호탑해파리가 바로 그것이다.
길이가 5밀리미터쯤 되고 카리브 해에서 처음 발견된 이 동물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동물세포들은 시간이 흐르면 늙고 죽게 마련이지만,
이 해파리의 세포들은 마모시키고 훼손시키는 시간의 힘에 저항할 수 있다.
성적인 완숙기에 다다르면, 세포들의 프로그래밍이 역전되어 다시 젊어진다.
그렇게 해서 유체로 돌아가면(다시 말해서 바위에 붙어 있는 원통 모양의 폴립이 되면)
다시 나이를 먹기 시작하고, 장년에 도달하면 또다시 젊어진다.
작은보호탑해파리는 유년과 장년을 오가는 이런 삶을 무한히 되풀이할 수 있다.
생명 과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전환 분화>라고 부른다.
이 해파리가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그와 유사한 현상은
도마뱀 꼬리를 자르고 도망간 뒤에서 새 꼬리를 자라게 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이 해파리는 몸의 일부가 아니라 세포들 전체를 다시 젊게 할 수 있다.
그것도 무한정으로.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말하면 작은보호탑해파리는 불사의 존재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이 해파리는 파괴될 수 없는 존재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동물처럼 병에 걸려 죽을 수도 있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몇 해 전부터 이 해파리들이 크게 증식하는 현상이 목격된다.
십중팔구는 기후 온난화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고,
참치나 상어 같은 천적들이 남획으로 인해 사라지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불사의 능력을 지닌 이 작은 해파리들이 모든 대양으로 퍼져 나가는 데는 잠수함들이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잠수함들은 한 바다에서 빨아들인 해파리들을 다른 바다에 가서 뱉어낸다.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제3인류4,p293~294,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