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정치

내가 한겨레를 끊은 이유

휴먼스테인 2014. 4. 28. 15:47

창간호부터 정말 말 그대로 단 하루도 빼놓지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던 신문이었다.

이 날 이 칼럼을 읽고 받은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칼럼을 쓰는 논설위원이 있나 싶어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한겨레에 전화를 했다.

한겨레에서는 자기네는 칼럼에 신문사의 어떤 영향도 안끼치게 때문에....

뭐 어쩌구 하면서 그 당연한 것을 자랑스럽게 얘기하고 있었다.

처음 노무현대통령이 당선되고 나서 청와대에 제일 먼저 초청한 것이 오마이뉴스였다.

난 그게 사실 꺼림칙했다.

한겨레가 좀 섭섭해하지 않을까 하고..

아마 한겨레는 노무현대통령한테 섭섭한게 많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조중동이 자기네 입맞에 맞게 기사를 내보내는 거나

한겨레나 뭔 차이가 있을까..

 

도올 김용옥의 '사랑하지 말자'에 보면 노무현 김대중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나온다.

그 내용을 있을 때 충분히 공감하였고 같이 욕을 했다.

왜냐하면 그 비판은 충분한 근거와 합리적 비판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노빠도 노무현대통령에 대해 무조건인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김대중 노무현 10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가끔 생각한다.

노무현의 무엇이 그렇게 한겨레에게 증오가 되었을까?

특히 김종구는 노무현에게 엄청난 컴플렉스와 뿌리깊은 증오가 글에서 베어나온다.

 

쓰레기 같은 칼럼..

쓰레기 같은 신문...

 

 

 

비굴이냐, 고통이냐/김종구

 

지금 이 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쓰고 있다.

잔인한 4의 마지막날, 추락하는 꽃잎은 초라하고 비장하다.

노 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지금 어떤 상념이 스치고 지나갈까.

뒤늦은 자책과 회한인가, 아니면 분노와 결연한 의지인가.

그의 얼굴 표정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렵다.

 

노 전 대통령의 앞날과 관련해 주목되는 여론의 흐름 하나는 불기소론이다.

법치를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감옥에 보내지 말자는 일부 보수 논객들의 호소는 눈물겹다.

주된 근거는 국가의 위신이다.

나라의 품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고, 국가적 차원의 모욕감을 피하기 위해서란다.

그러나 국가의 위신 추락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정부에 불편한 글 좀 인터넷에 썼다는 이유로

미네르바를 구속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것만할까,

서울 한복판에서의 토끼몰이식 철거민 진압으로 죄 없는 목숨들이 죽어나간 사건보다

나라의 체면이 더 깍일 것 같지도 않다. 그러니 사실은 모두 부질없는 말들이다.

 

그럴 가능성이 없겠지만, 혹시 노 전 대통령이 불기소론자들의 아량과 은총에 감읍해 용기백배한다면 정말로 바보.

맘껏 희롱하고 조롱한 뒤 아량을 베푸는 것처럼 잔인한 처사는 없다.

재기불능의 상태로 만들어놓고 목숨만 살려놓는 것이야말로 에게 가하는 최대의 복수임은 누구의 눈에도 분명하다.

 

노 전 대통령의 가슴은 지금 검찰의 정치보복성 수사에 대한 울분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분명히 이번 수사에는 그런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권력을 기쁘게 하려는 수사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에도 있었다.

검찰은 본래 그러하다.

죽은 권력에는 굶주린 하이에나요, 살아 있는 권력에는 순한 양의 속성은 세세 연년 변치 않는다.

자신들의 떡값 의혹에는 한없이 너그러우면서도 일반 하급공무원이 기백만원 받은 봉투에는 추상 같은 게 검찰이다.

그러니 너무 서러워하지도, 분노하지도 말았으면 한다.

그런 검찰을 대통령 재임 때 제대로 개혁하지 못한 원죄도 있으니 말이다.

 

조금 매정하게 말하면, 노 전 대통령의 앞에는 비굴이냐, 고통이냐의 두 갈래 길이 있을 뿐이다.

그러니 아프고 괴롭겠지만 지금의 운명을 긍정하고 고통의 길을 걸었으면 한다.

가령 노 전 대통령이 앞으로 기소를 면한다고 치자.

그래도 그의 무죄가 확인됐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와 박연차씨의 돈거래를 상부상조의 미담으로 여길 사람은 더욱 없어 보인다.

없었던 일을 있었다고 진술할 필요야 없지만, 피의자의 방어권을 내세워

구차하게 법망을 빠져 나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럴수록 더욱 초라해질 뿐이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봉하마을 집 주변에 가시나무 울타리를 치고 위리안치되는 신세나,

옥중에 갇히는 생활이나 오십보백보다.

 

지금이야말로 그의 예전 장기였던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나를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고 깨끗이 목을 베라고 일갈했던 옛 장수들의 기개를 한번 발휘해볼 일이다.

그가 한때 탐독했던 책이 마침 <칼의 노래>가 아니던가.

사즉생을 말하는 것은 노 전 대통령 개인의 부활을 뜻하는 게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이 선언한 대로 그의 정치생명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하지만 그는 죽더라도 그의 시대가 추구했던 가치와 정책, 우리 사회에 던져진 의미 있는 의제들마저

‘600만달러의 흙탕물에 휩쓸려 동반 사망하는 비극은 막아야 한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아직도 남아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ig@hani.co.kr

  

 

 

200905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200906 22일 칼럼

반성의 있고 없음에 대해/김종구

 

이런 글을 애초 쓰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한번 쓴 글에 대해 다시 이러쿵저러쿵 사족을 붙이기 싫어서다.

그런데 최근 다른 신문이 필자의 이름까지 직접 거명하며 <한겨레>를 공격하고 나섰으니 가만히 있기도 어렵게 됐다.

단순히 개인차원의 문제를 떠나 몸담고 있는 신문사 조직에 누를 끼치게 된 셈이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한 언론 보도 문제를 짚은 지난 6일치 사설 석고대죄에서

정치적 타살로 돌변한 좌파매체에서, 한겨레와 경향에 대해 정말 당신들이나 잘하라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고 빈정거렸다.

그러면서 필자의 칼럼 비굴이냐 고통이냐를 예로 들었다.

이 글이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촉구한 게 아니냐는 일부 누리꾼들의 분노에 슬며시 편승한 것이다.

동아일보 고위 관계자는 비공식적으로 자살방조 논설위원이라는 말까지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눈물짓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로서는 칼럼에 나오는

사즉생’ ‘고통’ ‘마지막 승부수등의 표현에 울컥한 나머지 곡해해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글쓰기가 본업인 기자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너무 속이 들여다보인다.

사즉생이라는 말이 삶과 죽음은 한가지다’ ‘죽는 게 영원히 사는 것이다라는 따위의 뜻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모를 기자는 없다.

그 말의 쓰임새는 단순하고도 명쾌하다.

죽기를 각오하고 맞서면 오히려 살길이 생긴다는 의미로 분발과 노력을 촉구할 때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이다.

고통이란 말 역시, 죽음 앞에서는 고통을 내려 놓는다고 말하지 고통의 길을 걸어가라고 하지 않는다.

 

마지막 승부수도 마찬가지다.

이 표현은 홈페이지 폐쇄 등 노 전 대통령 쪽의 대응에

동 등이 여러 차례 검찰 수사를 앞둔 마지막 승부수운운한 것을 염두에 둔 패러디일 뿐이다.

모든 것을 떠나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승부의 차원에서 바라보는 것은 발상 자체가 너무 천박하다.

앞뒤 사정이 이런데도 동아일보는 글의 전체 메시지를 왜곡해 반대 방향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언론에 여러가지 고민거리를 던져주었다.

그것은 딱히 외부의 거센 비판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좀더 근원적으로 성찰할 문제들과 맞닥뜨렸다는 뜻이다.

기사쓰기의 관행과 메커니즘의 변화, 비리 추적과 인권 보호의 경계선 등 고민해야 할 문제들이 수없이 얽히고설켜 있다.

한겨레도,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런 현실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공개적으로 반성도 했다.

위에 예로 든 칼럼도 개인적으로는 회한이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마음가짐이다

 우리가 잘못한 게 뭐 있느냐며 종주먹을 들이대는 한 변화와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

거기에 의도적인 왜곡까지 더해지면 절망적이다.

 

최근 동아일보 황호택 논설실장은

“19876월 민주항쟁 때 한겨레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경향은 관제 언론을 하고 있었다

민주주의를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6월항쟁 당시 동아일보의 역할에 대한 자부심을 한껏 과시했다.

바로 그 지점이다. 6월항쟁 당시 동아일보의 분투와 노고는 충분히 인정할 만하다.

하지만 한때의 영광이 영원한 영광을 담보하지는 않는다.

민주화에 기여한 훈장이 세세연년 빛나지도 않는다.

그것은 한겨레나 경향을 포함해 모든 신문이 마찬가지다.

어제의 영광에 안주하고 있으면 곧바로 내일에는 냉소와 비판의 화살이 날아드는 게 세상사 이치다.

최소한 필자를 포함해 한겨레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그 대목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다.

김종구 논설위원 kig@hani.co.kr

 

* 사과 한마디 없는 칼럼. 노무현대통령에 대해서. 한겨레 구독자에 대해서. 노무현을 사랑했던 사람들에 대해서.. 사과 없이 자기 변명만 하는 김종구... 그리고 한걸레!

 

그리고나서 한겨레는 잊고 살았다. 그런데 어느날 이런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그 기사를 보는 순간 이건 김종구 만의 문제가 아닌 한겨레 자체에서 노무현에 대해 증오를 뱉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았다.

 

 

한겨레 2010.06.11 기사

[한홍구-서해성의 직설] 4화 민주당 찍어야 해?

게스트, 좀 곤혹스러웠다.

주인장인 한홍구와 서해성은 대화가 무르익을수록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냈다. 한홍구는 한민당으로부터 시작되는 민주당의 변천사와 지난 10년의 집권 과정에서 벌인 실책들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서해성은 현 민주당이 얼마나 한심하고 답답하고 희망이 없는지에 관해 격한 언어로 비판했다. 게스트의 목소리는 늘 낮은 톤을 유지했고, 주인장의 목소리는 수시로 높아졌다. 주인장의 말이 더 길기 일쑤였다.

첫 게스트다. ‘직설’ 코너 탄생 이후 4주 만이다. 민주당 엠비심판 국민위원장직을 맡고 있고, 비주류 중진들의 당내 쇄신모임을 이끄는 4선의 천정배 의원. 참여정부 시절 법무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던 그는, 근래 ‘악법무효’ 피켓을 든 채 거리의 1인시위 현장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다.

곤혹스러운 척했지만, 사실 천정배 의원은 흔들림이 없었다. 민주당을 향한 공격에는 대체로 차분하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말기 암환자’ 등의 노골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기도 했다. 어쩌면 세 사람이 의기투합을 해도 될 정도였다.

진행·정리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서해성(이하 서) 짝짝짝, 첫 손님을 모셨습니다. 마구 다루어야 재밌을 텐데 걱정이 좀 되기도 하고.


한홍구(이하 한) 잘 대접해 드려야지. 잘못 소문나면 앞으로 손님 안 올라.

요새 야당을 평가하자면 국회의원은 딱 6명뿐 아닌가요. 민주당 천정배, 최문순, 이종걸에다가 창조한국당 유원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이정희. 나머지는 그냥 월급쟁이죠^^. 그래도 천 의원이 거기 포함돼 모신 셈이죠.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천정배(이하 천) 그 말에 동의하고 나면 내가 심각하게 곤란해지지.(웃음)

첫번째 덫을 무사히 통과하셨습니다.

정말 4대강 사업 반대하는 거 맞아?

‘이명박 탐욕정권’의 기만과 폭력을 견제하는 데 좀 시원치 않았다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1회전용으로 우리 두 사람이 3대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이 질문은 다 합쳐 봤자 10자를 안 넘습니다. 불과 아홉 자. 아주 짧습니다. 먼저 세 글자, 이겼나?

예스 또는 노로 대답해 주세요.

민주당으로선 ‘노’가 아닌데, 연필 굴려 90점 나온 거예요.(웃음) 서울시장, 경기도지사 졌으니 100점은 아니지.

두번째 질문, 놀랐나?

크게 놀랐지요. 민심은 정말 하늘밖에 모르는가 싶었어요. 막판에 아주 비관적이었어요. 제 지역구인 안산지역 여론조사도 선거 3일 전 지는 걸로 나왔어요. 이틀 전엔 더 지는 걸로 나왔어요. 그 전엔 이길 줄 알았거든. 아주 패닉상태였어요.

솔직하십니다. 그럼 마지막 질문. 좋은가?(웃음)

끝내주죠!(웃음) 일부에선 선거 뒤에 민주당 의원들더러 왜 웃느냐고 하는데 좋은 건 좋은 거지요. 반성과 별도로.

이번 선거를 보면 민주당엔 슬로건이 없었어요. 노무현 대통령 말기 레임덕까지 합해 한나라당으로 정권 넘어간 지 실질적으로 5년 가까이 됐는데, 어떻게 민주당 입이 명진 스님 한 명만도 못합니까?

그만큼 말발이 약해진 거죠. 명진, 도올 한마디 빽 했을 때 언론이나 네티즌들이 보인 반응에 비해 민주당 의원들은 아무리 떠들어도 소용이 없어.

왜 그렇게 됐을까요? 마이크는 많은데 스피커에 문제가 생겼단 말이죠.

(한참 시간을 끈 뒤) 조직이 무너졌기 때문이겠죠. 예전의 일사불란한 1인 보스 체제가 무너지면서 창조적 파괴가 이뤄져야 하는데, 파괴는 됐는데 창조가 안 일어났어요. 새롭게 조직화되지 못하고 계속 밀려버린 거죠.

지난 5년여 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 현 민주당은 한국의 야당사에서 가장 존재감이 없는 최약체 야당이에요.

간단하게 말해서 노무현 때는 좌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해서 열받았고, 지금 민주당은 아예 우측 깜빡이 켜고 우회전하고 있어요.

그 이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보수면 보수대로라도 포지셔닝이 돼야 한다는 거죠. 정체성이 뭔지 워낙 혼란스런 상태가 계속된 거예요.

집권 의지가 없어 보이니 찌그러진 거죠. 민주당의 엘리트 기득권 세력은 호남인데, 이 사람들은 집권해서 대한민국을 바꿀 생각보다 자기 지역구에서 재선하는 데 더 관심이 있거든. 사실 따지고 보면 4대강 사업 반대한다고 하지만, 민주당에서 힘이 나올 수가 없어요. 토건업 관계된 의원이 한둘인가요?

호남은 4대강 반대 안 하는 것 아닌가요. 가령 박준영 전남지사가 지난번 엠비 만났을 때 사정했어요. “영산강을 꼭 ‘개발’해야 한다”고. 선거 뒤에 말이 좀 바뀐 듯도 하고. 경인운하에 대한 송영길 인천시장 당선자도 그렇지 않나요? 앞뒤가 안 맞는 거죠.

철학도, 투지도, 전략도, 비전도 다 없다

김대중, 노무현 있을 때는 정말 이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바꿔보겠다고 의지를 보여주니까 바람이 불었는데, 지금은 민주당 의원 80여명이 모여도 선풍기 수준이죠.

신민당 때 보세요. 고작 40명 못 되는 숫자로 박 정권과 붙었죠. 평민당 시절에도 국회의원 몇 명 안 됐잖아요? 그래도 함부로 못했거든.

열린우리당 때의 그 무력증, 버릇인 거 같아.

에이, 한마디로 정리할게. 동네 왈패들이 싸움을 꼭 숫자로 하나? 깡으로 하지.(웃음) 이게 없다는 거지. 민주당은 옛날 민주당에서 배워야 해요.

지난 15년간 민주당의 상당수 사람들 변한 게 없어요. 그 사람들이 원래 진보적이냐? 썩 그렇지 않아요. “여당 되고 국회의원 떨어질래, 야당 되고 국회의원 할래?” 하면 아마 후자를 택할 겁니다. 게다가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예요.

대통령의 식민지, 그 말 좋네요. 식민지 종류가 한 가지 더 늘었네, 이런.

대통령이 자기 정당을 다수파로 만들고 국회를 장악함으로써 전체 정치를 식민지화하는 게 한국 정치의 모습이에요. 사소한 차이는 있었겠지만, 박정희 이후 디제이나 노무현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무단통치냐 문화통치냐가 문제겠네.(웃음)

대통령이 식민지 정치인들을 디바이드 앤 룰(분할통치)합니다. 솔직히 여당 의원 되면요, 장관 하려면 대통령과 가까워야 해요. 장관 겸직을 금지시켜야 해. 내가 해먹어 그런가?(웃음) 혼란을 극복하려면 좋은 지도자가 필요한 거죠.

좋은 지도자가 없으면 천 의원 같은 분들이 소두목 노릇을 잘하셨어야 하는데….

저는 중두목 정도인데.(웃음)

이명박 정부는 촛불집회로 출발했어요. 레임덕으로 시작한 셈이죠. 노무현보다 더 취약하다 할 수 있죠. 결국 엠비는 불특정 다수에게 복수하듯 정치했어요. 대중이 맞짱을 뜨던 그때 민주당은 뭘 했죠? (한참 구체적 예를 들며 성토한 뒤) 2003년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일 때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천막당사로 옮겼잖아요. 쇼도 흥행에 성공하면 진실이 되는 게 정치죠. 민주당은 촛불집회 같은 때 뭘 했나요? 왜 이토록 지리멸렬해졌을까요?

자기가 말 다해불고.(웃음) 민주당은 연명치료 받는 암환자 같은 상황이죠. 2008년 총선 끝나고 김대중 전 대통령한테 인사를 갔어요. 독대를 했습니다. 그때 이런 이야길 들었어요. 민주당에는 정체성도, 인물도, 정책도 없다고. 쇼크를 먹었어요. 그분은 민주당의 원조이고 밖에서 비판만 하시는 분이 아니란 말이에요. 요즘 민주당을 보면 그것만 없는 게 아니에요. 철학도, 비전도, 투지도, 전략도 없습니다. 자기반성도, 당내 민주주의도, 국민과의 소통도 없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해요. 어떻게 보면 정체성 부족은 일면적인 문제예요.

요번 선거가 독이 되겠습니까, 약이 되겠습니까?

‘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현재 민주당은 가건물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열린우리당은 해소됐는데 새로운 민주당을 못 만든단 말이에요. 2008년 총선에서 참패하고 정세균 지도부가 출범한 뒤,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만들고, 또 한편으론 야당답게 견제세력으로서 투쟁해야 하는 두 가지 사명이 주어졌어요. 저는 정세균 대표가 2009 1월까지 뉴민주당 플랜 낸다고 해서 큰 기대를 걸었어요. 그런데 내지도 않았어. 완전히 직무유기예요. 뭐 얻어낸 게 없죠.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도 5개 요구를 했어요. 법무부 장관 해임 요구부터 검찰 개혁까지, 단 한 개 정도가 아니라 한 개의 반의 반의 반, 아니 머리털 한 가닥만큼도 못 얻어냈어요.

정세균 대표 집권 2년 평가를 비유하자면, 세균이 숙주를 먹어치웠다고나 할까? 민주주의의 근원적 위기와 민생파탄에 대한 정면돌파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정세균 지도부가 당권을 차지한 건 386 정치인들 덕분 아닌가요?

친노 플러스 386이죠.

요번 선거에서 송영길, 안희정, 이광재가 당선됐습니다. 일부에서는 세대교체로 바라보는데, 세대교체 맞습니까? 아니면 착시현상입니까?

세대교체라면 새로운 비전을 내보여야 하는데, 그런 점에선 미흡한 것 같습니다. 반사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당의 주도권을 쥔 사람들이 수혜자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문제는 간단해요.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과 친노세력 노빠들의 위기가 어우러져 교묘히 교집합이 이뤄진 거죠. 국참(국민참여당) 사람들 일부가 민주당 유니폼을 입고 뛴 것도 그 때문이죠.

6·2 지방선거의 야권연합 과정에선 민주당이 기득권 세력이었는데, 어떻게 평가하나요?

당내에서 공정한 공천과정이나 공정한 경쟁 또는 정책대결이 잘됐느냐? 그렇지 못했어요. 이를테면 당내 서울시장 예비후보에 이계안씨가 나왔잖아요. 토론의 기회를 달라, 경선을 보장하라고 했는데 전혀 이뤄지지 않았어요.

여론조사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데 그친 인기투표였죠. 민주당이 당명만 민주지, 이름 그대로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못한 셈이죠.

한명숙-이계안 후보가 토론만 했더라도 본선에서의 결과는 달라졌을 겁니다. 경기도에선 민주당의 김진표 후보가 후보단일화에서 유시민한테 졌는데, 그 이전의 과정에서도 김진표-이종걸 사이에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아쉬워요. 부자 몸조심하듯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거죠.

무능한 지주의 자식, 밀어줄까 말까

선거 기간 중 국참당 포함한 친노 인사들이 써 붙인 “노무현처럼 일하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보면서 쓴웃음이 나왔어요. 이명박이 가진 폭압성을 폭로하는 데는 ‘놈현’이 유효하겠지만, 이제 관 장사는 그만둬야 해요. 국참당 실패는 관 장사밖에 안 했기 때문이에요. 그걸 뛰어넘는 비전과 힘을 보여주지 못한 거예요.

지금 노무현을 이야기하는 건 그가 추구한 가치이지 치적이 아니죠. 이번 선거로 친노세력이 부활했는데, 이들 역시 민주당 무력화에 책임을 져야 할 집단이에요. 예컨대 충남지사에 당선된 안희정씨가 “우리는 폐족”이라고 울부짖었단 말이에요. 옛날식으로 말하면 주군을 죽게 한 신하로서의 뼈아픈 회한이죠. 노무현이 무얼 잘못했고 반성해야 하는지 성찰하면서 그걸 새로운 정책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당내에선 어떻게 보시나요?

워낙 맞는 말씀을 다 해버리니까.(웃음) 세상이란 건 어차피 힘 있는 사람, 가진 사람의 판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누가 집권해도 근본적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어요. 그걸 깨뜨리는 게 제 정치적 목표인데,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그걸 가장 깨뜨린 분이에요. 한데 민주당 안에서조차도 그런 노무현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주체 역량이 문제라고? 동의할 수 없어요. 촛불집회에 500만명 나왔어요. 노무현 죽었을 때 700만명 나왔어요. 대중의 역량은 넘쳐나죠. 문제는 당의 전투능력과 불투명한 미래죠. 진보 영역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요. ‘퍼블릭’을 얼마나 더 만들어내느냐에 달린 거죠. 그런 점에서 민생법안이야말로 진보의 핵심이죠. 민생 운운하며 여야가 다정하게 합의처리하는 걸 보면 기절할 것 같아요. 대표적인 게 무상급식입니다. 이게 민생이거든요. 대학 등록금 문제, 이거 조합주의 같지만 가장 정치적인 문제거든요. 대머리 의료보험, 치과 의료보험, 임플란트 의료보험 등 구체적인 이해관계를 제시하고 투쟁해야 합니다. 그래야 대중들이 지지합니다.

민주당의 가장 커다란 문제는 디제이와 노무현을 섬기는 데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북한만 유훈통치 하는 게 아니에요. 현재 민주당이야말로 유훈통치예요. 천정배 의원을 포함해서 지도급 되는 사람들이 노무현이 돼야 하고 김대중이 돼야 하는 거죠.

다 맞는 말이에요. 똑같은 생각인데. 정리하면 훌륭한 국민, 훌륭한 정당, 훌륭한 지도자 3박자입니다. 이거면 되는 거예요. 이번 선거는 국민 역량이 위축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게 가장 큰 성과입니다. 이제 훌륭한 정당, 훌륭한 지도자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이냐의 문제죠. 민주당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믿습니다. 야권에선 민주당이 누가 뭐래도 맏형이잖아요. 그래서 다가올 전당대회의 과정과 결과로 국민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모멘텀을 확보해야 합니다.

옛날 집안에선 큰아들 빌빌대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잖아요. 부모는 늙고, 그렇다고 둘째, 셋째 아들은 아직 물려받을 만하지 않은데 큰아들은 아닌 것 같고. 국민들도 민주당을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이 찍어주면서 갖게 되는 불만, 그런 게 아닌가 싶어요.

한민당은 전통 지주세력이었잖아요. 지금은 무능한 지주의 자식 같아요.

그런 정서에 공감합니다. 만일에 이 국면에서 디제이 같은 정치적 힘이 있으면 신당 만들어야 합니다. 디제이 같은 힘을 가진 정치인이 없는 게 문제죠.

“지금 디제이라면 신당 만들 것”

정치는 사람이 하는데 인물 얘기를 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민주당에 ‘잠룡’이 많았는데 당이 찌그러드니 졸지에 다 이무기라 불리네요.

디제이 정권 후반기에도 매우 전망이 흐렸어요. 그때 사실 저를 포함해 이른바 소장파 천신정(천정배, 신기남, 정동영)이 정풍쇄신운동을 벌였잖습니까. 그 결과로서 획기적 쇄신이 이뤄졌습니다. 국민참여경선이 도입되고, 한편으로는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발굴됐어요. 2007년 대선 때 명백하게 정권 재창출 위기였지만 그런 정치력이 발휘되지 못했어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워낙 가까이 지냈어요. 농담 섞어 말하자면, 전 일찍부터 봤으니까 노 대통령 별거 아닌 줄 알았더니만 (웃음) 끊임없이 자기를 스스로 키우는 역할을 하더라고요. 디제이가 말했듯 정치인은 자기가 크는 겁니다. 지금은 민주당이 인물 없는 세력이 돼버렸죠. 앞으로의 전당대회를 통해 기존의 잠룡이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내부적으로 경쟁하며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기서 안주하면 가망이 없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쇄신하면 수권야당세력으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최고의 전략은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천 의원께서는 어떤 역할을 하실지. 당권 도전 생각은 없는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이 새롭게 살아나는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위해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온힘을 다할 생각이다, 그 정도로 하죠.

앞으로 선거에서 “민주당 찍어야 해”라고 할 근거가 있습니까? 딱 한마디로 뭐죠?

유일한 대안세력이죠. 시원찮다는 걸 부인할 수 없겠지만.

민주화운동 하던 놈들이 집권하면 세상이 이렇게 좋아진다 하는 걸 확실히 보여줘야 합니다.

정치인 천정배가 세우고 싶은 나라는?

정의로운 복지국가죠. 현학적으로 말하면 ‘시장의 민주화를 통한 정의로운 복지국가’.

집요함을 보여주세요. 뽀대나는 말로 ‘의제설정 능력’이라고 하죠. 4대강, 천안함 등의 이슈에서 중진 정치인들이 정치생명을 걸고 싸우는 모습을 보기 원합니다. 천 의원님은 예전에 미디어법 강행처리를 온몸으로 막았잖아요. 더 집요하게!

두 분이야말로 정치했으면 좋겠어요.(웃음)

한 가지 더, 그걸 제대로 해내려면 깡으로 무장하고, 먼저 범생이 털을 뽑아야 하죠. ‘놈현’처럼.

 

 

한겨레 2010.06.12

[기고] <한겨레> ‘직설의 부박한 표현을 보며

양정철 노무현재단 사무처장

언론, 특히 신문의 여러 기능 가운데 하나는 국어를 아름답게 사용하는 일입니다. 표준어를 사용하는 이유, 비속어를 쓰지 않는 이유 모두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공기(公器)로서 국어를 아름답게 지키기 위함입니다. 편집국에 교열부까지 둬서 거듭거듭 원고를 다듬는 이유도 같습니다.

특히 <한겨레>는 창간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게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해 온 매체입니다.

611일치 ‘한홍구-서해성의 직설’을 읽으며 제 눈을 의심했습니다. 다시 인용하기도 민망한 표현이 제목으로 뽑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향해, 생전의 그를 육두문자로 욕했던 사람들이 썼던 부박한 표현이, 다른 신문도 아니고 우리말글살이를 소중하게 지켜온 <한겨레> 신문의 제목에까지 등장하게 된 과정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담자로 나온 세 사람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는 잘 알겠습니다.

그러나 돌아가신 분, 특히 서거한 전직 대통령을 향해 함부로 사용한 그런 표현이 아무런 여과 없이 제목으로까지 뽑힌 것에 대해선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그리고 실망스럽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생전이든 서거 후든 비판은 자유입니다.

<한겨레>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표현에 금도가 있는 법입니다. 문제의 표현은 금도를 넘어섰습니다.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게다가 비속어입니다. 술자리에서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쓸 표현입니다.


자신의 어떤 주장을 강하게 하려면 논리가 뛰어나거나 식견이 뛰어난 내용을 갖고 해야지, 비속어나 자극적이거나 튀는 표현으로 하게 되면 반감을 사게 됩니다. 하수들이 쓰는 방법입니다. 개인이나 매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 기사가 나가고 많은 독자들이 항의를 한 데에는 문제의 표현뿐 아니라 ‘관 장사’라는 자극적 표현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느꼈기 때문일 겁니다.

많은 국민들이 돌아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 있습니다.

지난해 523일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 서거, 그리고 529일의 운구행렬, 그리고 화장. 노 대통령의 ‘관’ 하면 떠오르는 기억이 그것인데 거기에 ‘장사’(비즈니스)라는 표현을 갖다 붙인 건 취지가 어찌 됐든 자극적입니다.

당사자가 유족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쓴 표현인지 묻고 싶습니다. 예의가 아닙니다. 표현의 당사자든 편집자든 사려 깊지 못했음을 아프게 돌아보길 바랍니다.

이번 일은 방송으로 치면 ‘방송사고’입니다. 방송에서 비속어나 욕설, 부적절한 표현이 사회적 물의를 빚게 되면 문제의 발언을 한 출연자는 교체되거나 정중히 사과하는 게 도리입니다.

어떤 성의 있는 후속조처를 취하고 말지는 당사자와 언론사의 선택이고 권한입니다. 하지만 책임이기도 합니다.

억지로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지켜보겠습니다.

<한겨레>는 창간 이후 지금까지 황색 저널리즘을 철저히 경계해 온 걸로 압니다.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으로 손님을 끌고 여론을 호도하는 특기는 다른 특정 신문들의 영업 방식입니다.

저희들의 실망감은 거기에 있습니다. 촌철살인의 날카로운 비판과 황색 저널리즘을 구분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한겨레 정신’이 아닙니다. <한겨레>다운 품위와 예의를 지켜주실 것을 정중히 부탁합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으라고 촉구하기 이전에, ‘망자에 대한 예의’ ‘독자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자극적 제목장사의 유혹을 뛰어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충고를 감히 드립니다.

양정철 노무현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