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정치

또 한 번의 전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본

휴먼스테인 2014. 3. 27. 22:55

일본에서 발행되는 월간 <세카이(世界)>는 지난해 9월호에

다쿠쇼쿠 대학 사토 다케오 교수의 글(‘도쿄는 바이마르가 아니다’)을 실었다.

현재의 일본을 제1차 세계대전 패배 후 제2차 세계대전을 벌이기 직전의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에 비유한 내용이다.

1차 대전 패전 후 독일은 단독으로 전쟁 책임과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더구나 당시의 전쟁 종결은, 주요 참전국이 참호전을 벌이며 교착 상태가 지속되는 와중에

후방에서 일어난 수병들의 반란과 독일혁명 같은 내란에 의해 갑자기 이뤄졌다.

적의 군사력에 굴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 처지에서는패전의 실감이 없는 패전이었고,

이런 요인들이 히틀러와 나치즘 등장의 원인이 되었다.

따라서 1차 대전과 2차 대전 사이에 끼어 있는 바이마르 공화국 시기는

두 세계대전 사이의 기간이라는 뜻에서전간기(戰間期)’라 부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2차 대전 패전이 여러 면에서 이와 유사하다는 게 사토 다케오 교수의 시각이다.

특히 일본 본토에서 결전이 없었다는 점에서 역시패전의 실감이 없는 패전이었다.

당시 본토에서 벌어진 지상전으로는 오키나와 전투가 유일했고,

나머지는 본토에 대한 공습과 원폭 투하로 사실상 전쟁이 끝났다.

이 때문에 사토 교수는독일은 한 번의 패전으로 부족해 두 번째는 수도인 베를린에서 육박전까지 치르며

마침내 패전을 실감하고 새로운 나라로 거듭났는데, 이제 일본이 두 번째 패전을 필요로 하는가라고 묻는다.

 

그의 글에서 분명한 것은 아베를 필두로 한 일본 우익들이

현재 1차 세계대전 패배 뒤의 히틀러나 나치의 심리구조와 비슷하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독일에서는 1차 대전 이후 30년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는 전간기였다면,

지금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로 치달아가는 일본에게는

1945년 패전 이후 최근까지의 평화 시기가 전간기에 해당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은 지난 20년에 걸친 장기 불황의 타개책으로 등장한 아베노믹스가

1920년대 쇼와 불황 당시의다카하시 재정을 모방한 데서도 드러난다.

당시 다카하시 재정의 끝은 1931년부터 시작된 중·일 전쟁이었고,

일본은 군수경제 체제로 들어서서야 불황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더욱이 현재 일본의 극우 세력은 맥아더 군정청(GHQ)에 의한

평화헌법 및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도쿄 전범재판 등으로 이루어진

미국 주도의 전후 질서를 부정하고, 이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또 한 번의 전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문희기자,중국 흘기던 일본 미국에 차이고 멘붕,p22~23,시사인 제336(2014-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