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몸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휴먼스테인 2014. 3. 26. 23:53

사랑에 대한 욕구

 

위스콘신 대학 교수를 지낸 미국의 심리학자 해리 할로는

1950년대에 어미 원숭이가 새끼를 버리거나 돌보지 못하게 될 때

새끼에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알아보기 위해 일련의 실험을 벌였다.

당시만 해도 사람들은 영장류의 새끼(그러니까 인간을 포함하는 영장류의 어린 개체)가 성장하는 데

어미의 신체 접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고 있었다.

세 살 정도까지는 그저 잘 먹고 잘 자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해리 할로는 레서스원숭이를 실험동물로 선택했다.

먼저 그는 새끼들을 어미에게서 떼어 놓고 저희 종족의 다른 구성원들과도 일절 접촉하지 못하게 했다.

새끼들의 나이는 갓 태어난 아기부터 생후 3개월, 6개월, 12개월, 24개월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할로는 그렇게 어미의 애정이 결핍된 채로 자란 레서스원숭이들을 동류들 속에 다시 편입시켰다.

그들은 사회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성의 개체들과 교접하는 일에도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정신병에 걸린 사람들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공격적인 행동이나 기괴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이 실험들은 애착에 관한 다른 연구들(특히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의 1958년 논문)을 선도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다.

이어서 할로는 어미에게서 떼어 낸 새끼 레서스원숭이들의 우리에 어미 원숭이의 모형을 설치해 놓고 실험을 벌였다.

어미의 모형은 두 종류였다.

하나는 어미의 털가죽처럼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고 속에 온기를 내는 장치를 넣은 원숭이 모형,

다른 하나는 철사를 엮어서 만든 몸통에 젖병을 달아 놓은 모형이었다.

새끼 원숭이들은 젖병이 달린 철사 모형에 매달려서 놀기보다 헝겊으로 된 모형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더 좋아했다.

신체적인 접촉에 대한 욕구가 배를 채우려는 욕구보다 강하다는 것을 말해 주는 결과였다.

어미의 모형마저 없는 우리에 갇힌 새끼 원숭이들은 팔로 저희의 몸을 감싸는 행동을 습관적으로 되풀이했다.

이런 원숭이들은 사회 집단 속으로 돌아와도 자폐증과 비슷한 유형의 행동을 보였고,

다른 원숭이들이나 놀이나 짝짓기에도 무관심했다.

어미의 모형이 설치된 우리에서 자란 새끼 원숭이들도 사회성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이들은 어미 품에서 자란 다른 새끼 원숭이들과 매일 몇 시간씩 놀게 해주면,

어느 정도 사회성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랑을 몸으로 보여 주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상대는 자기가 사랑 받고 있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품에 안아 주고 응석을 받아 주고 토닥토닥 달래며 재워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한다.

세상에 태어나는 모든 아이들을 위해 만국 공통의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어떨까?

어느 아이든 부모 가운데 적어도 한쪽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그리고 모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의무를 실천 할 수 있도록…….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3인류1,p347~348,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