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 교수는 자기가 연행돼 온 후에 많은 책들이 압수되어 온 사실은
경찰관에게 들었지만 다시 대면하기는 처음이다.
마루에 쏟아져 흩어져 있는 책들을 보는 그의 뇌리에는,
10여 년 간 가난한 월급생활에서 절약하고 아낀 돈으로
한 권 한 권 사들이던 때의 고통 섞인 기쁨이 되살아난다.
“생활은 어떡하려고 또 책을 사들여와요?” 하고
나무라던 아내의 얼굴이 책더미 위에 떠오른다.
아내의 꾸지람을 듣지 않으려고,
대문 밖 기둥 뒤에 포장된 책을 숨겨놓고 태연하게 방으로 들어가서는,
옷 갈아입고 다시 나와 기회를 보아서
서재로 들여다 책상에 꽂던 죄책감 섞인 스릴도 되살아난다.
< 리영희, 인간만사 새옹지마 中 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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